2015. 1. 27.

서울시향 과 박현정 대표 그리고 정명훈 감독(2)

(표가 있어 그림파일로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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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피아노 리사이틀에 대한 부가설명과 빈 국립극장(Wien Staatsoper) 공연으로 인한 서울시향 일정 차질에 대한 부분만이라도 먼저 추가로 언급하고자 한다.
APO 재능기부 같은 기부행위조차 악의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인도적 호의도 결코 선의로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퍼 주는것도 문제라면 리사이틀은 오죽할까.

# 피아노 리사이틀 외부출연 미승인?


정감독의 2012-2014 계약서에는 ‘외국단체와 국내에서 지휘나 연주를 할 경우 (재)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갑’의 동의를 얻어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범위가 ‘외국’과 ‘단체’로만 한정되어 ‘국내’와 ‘개인’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모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3년 前 대표는 예술감독 당사자에게 고지도 없이 내부 규정을 개정해버렸고, 정감독의 모든 외부공연에 대해 일반단원의 외부출연허가서와 동일한 양식의 ‘서면’승인 절차를 거쳐 진행하는 것으로 지시했다.
(규정개정의 취지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 이전 계약서에는 ‘외국단체를 제외한 국내 타 기관 및 타 단체를 위한 지휘나 연주를 할 경우 사전에 ‘갑’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2006년부터 2013년 1월 前 대표 취임 이전시점까지 정감독의 모든 외부출연 공연은 대표이사와 협의 후 서면 또는 구두승인으로 진행되었다. (계약에 의거, “서면” 승인이 필수조건은 아니었음)

어찌됐건, 나는 정감독의 외부출연과 겸직(미라클오브뮤직 이사장)에 대해 ‘일단 정감독 본인 서명만 받아두었다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 할 경우 내부 결재 완료하여 서류를 준비 해놓자’는 前 대표의 지시에 따라 2013년부터 타 담당부서의 업무 일부를 이관 받아 정감독의 외부출연공연 시 마다 시의적으로 보고하고 정감독의 서명을 받아 서류 일체를 준비해놓았었다.
피아노 리사이틀에 대해서는 2013년 말 또는 2014년 초 보고한 것으로 기억하고, 정감독과 前 대표 사이에서도 논의가 이루어졌다.

2014년에도 정감독의 외부출연에 대해 前 대표에게 연중 수차례 상시 보고했고 8월 중순, 前 대표는 피아노 리사이틀을 포함한 서류 일체(겸직 허가서 1건, 외부출연 허가서 5건)에 대해 본인이 최종 결재를 진행할 예정이니 담당부서로 해당서류를 모두 넘기라는 지시를 내렸고 나는 이를 이행했다.
그리고, 9월 초, 재단 기자 간담회의 개최여부 타진과 함께 여기서의 주요 Agenda였던 투어, 지휘 마스터클래스, 콘서트 홀에 대해, 또한 추석연휴로 인한 지면확보 등 모든 의논 사항들을 담은 이메일을 前 대표에게 발송하였고, 해당 메일에는 정감독의 APO 공연 및 ‘피아노 리사이틀(도시 별 일정 및 공연장 정보)’에 대한 기자응대 가이드 라인을 의논하는 내용 또한 포함되어있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무엇보다 이 기분에 기자간담회는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왜 ‘이 기분’이었는지는 다음 글에서 밝히겠다.)

따라서, 간담회는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번 글에서도 언급했듯, 당시 정감독이 서울시향의 후원을 비롯하여 본인의 리사이틀 및 재단의 중차대한 이슈들에 대한 논의를 위해 대표이사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前 대표는 이를 거부하며 소통 의지 없음을 밝혔다.

이후, 10월 초 정감독의 리사이틀을 앞두고 순전히 더블 체크 차원에서 나는 담당부서 팀장으로부터 지난달에 제출한 예술감독 서류 일체에 대한 대표이사 승인완료를 확인했다.
그리고, 11월 13일 서울시 행정사무 감사장에서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前 대표는 정감독의 피아노 리사이틀에 대해 신문기사로 처음 인지했다고 허위 진술했고 외부출연에 대해 승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나는 해당부서 팀장에게 최종 승인 결재 원본을 요청했고, 그 결과 겸직 허가서 1건, 외부출연 허가서 4건만 결재완료된 서류가 있었으며, 피아노 리사이틀 승인서는 행방불명된 상태였다.
우리 단원의 경우,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모든 외부출연에 대해 승인이 불가한 경우 사무국은 정확한 피드백을 전달한다. 그것이 우리 재단의 상식적 업무 흐름이다. 그런데 심지어 예술감독의 공연에 대해 대표가 혼자 승인을 거부한 채, 나와 정감독에게 고지 안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어찌됐건, 나는 해당부서 팀장에게 승인완료 확인을 받고, 정감독에게 승인허가 보고를 했고, 정감독은 이를 전제로 리사이틀 을 진행했다.

# 빈 국립오페라(Wiener Staatsoper) 극장 지휘를 위해 서울시향과 시민을 버리다?


빈 국립오페라 극장(Wiener Staatsoper)이 세계 클래식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점하는지는 클래식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인 이곳에서 수많은 작품들이 연주되었고 빈필하모닉 단원이 이 극장 오케스라 단원을 겸직하고 있다.
지난 해 9월 5일 빈 국립오페라 음악총감독 프란츠 뵐저-뫼스트 (Franz Welser-Most) 가 돌연 사임하면서, 말 그대로 세계 오페라 계는 비상이었다.
당장 한 달 반 후부터 시작되는 리허설.
두 개의 프로그램을, 그것도 뉴 프로덕션을 세계적 성악가와 합창단, 연출까지 아우르며 무엇보다 빈필을 지휘할 수 있는 음악성과 장악력을 지닌 지휘자를 찾기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정감독은 평소 형제같이 막역하게 지내던 빈 국립오페라의 행정총감독 도미니크 메이어(Dominique Meyer)로부터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받았고 2014년 11월 ~ 2015년 1월 일정을 살펴보았다. 영향권 안에 들어오는 내용은 시향 뿐이 아니었다. 베니스 극장, 라디오 프랑스, 피아노 리사이틀 등 수 많은 일정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감독은 기존에 계획된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는 절대 변동 없이 진행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고 아래의 내용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 공연일정 최종 변경 내용 ⇨ 빈 국립오페라 공연으로 인해 취소된 서울시향 공연은 없었다.
1. 우리동네 음악회 (대시민 무료)
2014.12.11 -> 변동 없음
2. 정기연주회
2014.12.12 -> 변동 없음
3. 외부출연음악회 (통영)
2014.12.19 -> 2014.12.13
4. SPO DAY (갈라콘서트)
2014.12.21 -> 일정 변동 없이 부지휘자로 대체
5. 외부출연음악회
2014.12.22 -> 2015.1.14
6. 외부출연음악회
2014.12.23 -> 2015.1.15
7. 정기연주회
2014.12.26 -> 변동 없음
8. 정기연주회
2014.12.27 -> 변동 없음

- 외부출연음악회 (통영)


재단 자문변호사에게 자문을 의뢰하면서 동시에 통영국제음악재단과 두 세 개의 일정을 놓고 변경 가능성을 타진했다.
자문변호사의 의견은 아직 계약 체결 이전이므로 일정을 조율해서 진행하라는 것이었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정감독은 통영 측 대표와 수차례 전화통화 및 미팅을 진행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쌍방이 합의한 날짜에 공연을 진행한 것이다.
10월 초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이사가 서울시향을 방문하여 정감독 및 대표이사 미팅을 통해 공연일을 12월 13일로 변경확정하게 되었는데 이 때 정감독은 통영 대표에게 의미 있는 제안을 했다.
공연에 앞서 통영의 어린이를 위해 본인의 직접 해설을 곁들인 피아노 리사이틀을 추가로 진행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무료로 말이다.
통영 측은 이에 대해 매우 기뻐했고, 공연 당일 리사이틀의 반응은 오케스트라 공연에 버금가게 뜨거웠다.
공연성료 후 통영 측은 정감독에게 감사 편지까지 전달했다.
- SPO DAY (갈라 콘서트)
지난 해 12월 21일 진행된 SPO DAY 갈라 콘서트는 6월 8일 진행된 SPO DAY 실내악 공연에 이어 前 대표가 의욕적으로 기획한 공연이었다. 前 대표는 당초 정감독에게 본 공연을 재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재원조성’용 목적 사업으로 포장하였으나, 실제로 공언했던 내용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진행 방향을 고객 서비스 공연으로 우회하였다. 사실상 시기적으로 늦게 기획되어 현실화하기에 무리스러움도 있어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감독은 고객과의 약속을 위해 올해 1월 중으로 일정을 연기하여 본인 지휘로 진행하자는 입장을 밝혔으나 사무국이 행정적으로, 더불어 차기년도 전체 공연기획 관점에서 불가피한 부분이 있어 해당 공연에 대해 일정 변경 없이 새로 취임한 최수열 부지휘자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로 방향을 전환, 정감독과 협의 완료한 부분이었다.
토스카니니, 번스타인, 주빈 메타 등은 말할 것도 없이 정감독 본인부터 대리지휘라는 기회를 통해 음악성을 인정받았던 경험이 있었고, 최 부지휘자가 그동안 시향의 가족으로 함께해왔던 많은 외부의 음악가들과 함께 음악적 교감을 나누는 것도 유의미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아래는 프란츠 뵐저-뫼스트의 사임으로 인한 빈국립극장의 대체 지휘자 정보이다.
정감독은 서울시향 일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최종 지휘 공연을 결정했기 때문에 전체 공연일정 중 12월 12일과 27일 공연은 다른 지휘자의 손에 맡겼다.

* 출처 : www.wiener-staatsoper.at
1. 2014.12.5 (금)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 정명훈
2. 2014.12.8 (월)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 정명훈
3. 2014.12.12 (금)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 Jesus Lopez-Cobos
4. 2014.12.16 (목)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 정명훈
5. 2014.12.20 (토)
리골레토 (Rigoletto) : 정명훈
6. 2014.12.23 (화)
리골레토 (Rigoletto) : 정명훈
7. 2014.12.27 (토)
리골레토 (Rigoletto) : Guillermo Garcia Calvo
8. 2014.12.30 (화)
리골레토 (Rigoletto) : 정명훈
9. 2015.1.2 (금)
리골레토 (Rigoletto) : 정명훈

정감독이 시향의 모든 공연을 팽개치고 빈 행을 선택했다면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더불어, 아무런 변동사항 없이 모든 일정이 진행되었으면 더 바람직했겠지만 서울시향도, 정감독도 다각적인 검토 끝에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본 건에 대해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정감독은 해외에서 때로 공연을 취소한다.
취소의 이유는 여러 가지겠으나 그 기준이 해당단체의 명성은 절대 아니다.
정감독은 2012년 가을, 막내 아들의 병간호를 위해 몇 달간 베를린 필을 포함하여 라디오 프랑스 등 유럽에서의 주요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그런데 시향에서는 10년 동안 공연을 취소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2013년 1월 25일 정기연주회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때 갑작스런 허리부상 때문이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팡이를 짚고 겨우 공연장에 도착하여 끝까지 경과를 지켜보다가 결국 휠체어를 타고 공연장을 떠났고, 같은 해 5월 해당프로그램으로 재공연을 완료했다.